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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 처박은 화물선과 미국 역사의 민낯

배는 선수가 선미 보다 높아야 잘 나간다. 머리 처박은 화물선과 미국 역사의 민낯 음악 : We shall overcome, Joan Baez https://www.youtube.com/watch?v=nM39QUiAsoM "1항사님, 밸러스트가 안 나갑니다." 3항사가 다급한 목소리로 1층 화물 당직실에 있는 1항사에게 보고한다. "쓰발, 기관실에선 뭐라카노?" "네, 화물이 순식간에 쏟아지니 배가 빨리 가라앉아 수압 때문에 안 빠진답니다." 잠시 생각하던 1항사가 알았다고 말하고 급히 캡틴에게 보고하러 뛰어 올라갔다. 밸러스트는 빈 배나 중량이 많이 나가는 화물을 실을 때 배의 균형을 맞추기 위해 선저 탱크에 싣는 바닷물을 말한다. 옛날 목선 시절에는 배 바닥에 돌을 실었다고 한다. "선장님, 밸러스트..

미시시피강의 밤과 홍어

미시시피강의 밤과 아귀찜 배경 음악 : 님그림자, 노사연 https://www.youtube.com/watch?v=ZhnHVCsgXqY 돔회와 양주잔을 앞에 놓고 캡틴과 기관장, 1기사 그리고 나와 둘러앉았다. 1항사는 화물 싣는 것을 지켜보느라 좀 있다가 올 것이다. 모처럼 싸롱사관들이 모여 농담따먹기를 하다가 홍어 이야기가 나왔다. 기관장이 물었다. "국장님은 홍어회 먹어 봤소?" "아, 그거... 과 동기들과 학교 앞 대폿집에서 두어 번 먹어봤는데 매워서 맛도 모르고 먹은 기억은 납니다." 내가 대답하자 캡틴이 웃으면서 말했다. "어이, 조 국장. 톡 쏘는 맛은 없고?" "그게 뭔가 톡 쏘는 아린 맛인데 매워서 정신을 못 차리느라 막걸리만 많이 마신 거 같아요." 캡틴이 홍어회에 대해 아는 것을 안..

배턴루지항의 돔회

배턴루지항의 돔회 음악 : When a man loves a woman https://www.youtube.com/watch?v=MUuNDb-nm5M 'HAPPY LATIN' 호는 미시시피강의 협수로를 따라 열 시간 넘게 거슬러 올라가니 루이지아나 주도 배턴루지의 곡물 사일로에 도착했다. 배를 붙이고 대리점과 수속관이 올라와 입항 수속을 했다. 도미니카 출항할 때 선원명부를 본사에 보내 미국 비자를 미리 받아 수속은 일사천리로 끝났다. 바로 컨베이어가 선창에 붙고 밀을 쏟아붓기 시작했다. 이삼일이면 삼만여 톤의 밀을 'HAPPY LATIN' 호에 가득 채워 출항할 것이다. 갑판 위 하얀 밀 먼지를 뚫고 혼자 육지 공기를 마시러 상륙을 나갔다. 배 붙이면 땅을 밟아야지 흔들리는 배 안에서 누워만 있을 건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