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퇴 선원의 항해일지 200

심해 생물과 북회귀선

심해 생물과 북회귀선 대서양 푸른 바다에서 'HAPPY LATIN' 호는 하얗게 물살을 가르며 지브롤터를 향해 간다. 후갑판에 나와 한바다를 쳐다보니 돌고래 떼가 우리 배와 경주라도 하듯 힘차게 헤엄치고 있다. 지구의 70%가 바다라는데 이 깊은 바닷속에는 무엇이 살고 있을지 항상 궁금하다. 깊은 바다에는 햇빛이 들지 않아 어둡고 물의 압력이 아주 높다. 심해 생물은 특수한 환경에 적응하여 살기에 특이한 생물이 많다. 심해에는 빛이 거의 없어 눈이 발달하거나 퇴화한 것, 눈에서 발광하는 것 등 다양한 어류가 산다고 한다. 그리고 수압이 높아 대부분의 심해 어류는 부레가 없단다. 심해는 땅 위에 사는 인간들이 상상할 수 없는 아주 가혹한 세계라고 한다. 햇빛은 수심 200m가 넘으면 거의 들어가지 못해 깊..

머리 처박은 화물선과 미국 역사의 민낯

배는 선수가 선미 보다 높아야 잘 나간다. 머리 처박은 화물선과 미국 역사의 민낯 음악 : We shall overcome, Joan Baez https://www.youtube.com/watch?v=nM39QUiAsoM "1항사님, 밸러스트가 안 나갑니다." 3항사가 다급한 목소리로 1층 화물 당직실에 있는 1항사에게 보고한다. "쓰발, 기관실에선 뭐라카노?" "네, 화물이 순식간에 쏟아지니 배가 빨리 가라앉아 수압 때문에 안 빠진답니다." 잠시 생각하던 1항사가 알았다고 말하고 급히 캡틴에게 보고하러 뛰어 올라갔다. 밸러스트는 빈 배나 중량이 많이 나가는 화물을 실을 때 배의 균형을 맞추기 위해 선저 탱크에 싣는 바닷물을 말한다. 옛날 목선 시절에는 배 바닥에 돌을 실었다고 한다. "선장님, 밸러스트..

미시시피강의 밤과 홍어

미시시피강의 밤과 아귀찜 배경 음악 : 님그림자, 노사연 https://www.youtube.com/watch?v=ZhnHVCsgXqY 돔회와 양주잔을 앞에 놓고 캡틴과 기관장, 1기사 그리고 나와 둘러앉았다. 1항사는 화물 싣는 것을 지켜보느라 좀 있다가 올 것이다. 모처럼 싸롱사관들이 모여 농담따먹기를 하다가 홍어 이야기가 나왔다. 기관장이 물었다. "국장님은 홍어회 먹어 봤소?" "아, 그거... 과 동기들과 학교 앞 대폿집에서 두어 번 먹어봤는데 매워서 맛도 모르고 먹은 기억은 납니다." 내가 대답하자 캡틴이 웃으면서 말했다. "어이, 조 국장. 톡 쏘는 맛은 없고?" "그게 뭔가 톡 쏘는 아린 맛인데 매워서 정신을 못 차리느라 막걸리만 많이 마신 거 같아요." 캡틴이 홍어회에 대해 아는 것을 안..

배턴루지항의 돔회

배턴루지항의 돔회 음악 : When a man loves a woman https://www.youtube.com/watch?v=MUuNDb-nm5M 'HAPPY LATIN' 호는 미시시피강의 협수로를 따라 열 시간 넘게 거슬러 올라가니 루이지아나 주도 배턴루지의 곡물 사일로에 도착했다. 배를 붙이고 대리점과 수속관이 올라와 입항 수속을 했다. 도미니카 출항할 때 선원명부를 본사에 보내 미국 비자를 미리 받아 수속은 일사천리로 끝났다. 바로 컨베이어가 선창에 붙고 밀을 쏟아붓기 시작했다. 이삼일이면 삼만여 톤의 밀을 'HAPPY LATIN' 호에 가득 채워 출항할 것이다. 갑판 위 하얀 밀 먼지를 뚫고 혼자 육지 공기를 마시러 상륙을 나갔다. 배 붙이면 땅을 밟아야지 흔들리는 배 안에서 누워만 있을 건가..

톰 소여의 모험과 미시시피강

미시시피강을 거슬러 올라가는 벌크선 톰 소여의 모험과 미시시피강 음악 : Ben, Michael Jackson https://www.youtube.com/watch?v=uNEClGJkVsM 듣기로는 중남미 여성이 예쁘게 차려입고 길을 나섰는데 뭇 남성들의 휘파람이나 자동차 경적이 시원찮으면 집으로 돌아가 화장을 고치고 더 예쁜 옷으로 갈아입고 나온단다. 그래서 길가는 선남들이 그녀에게 환호해야 직성이 풀린다는데... 특히 심한 곳이 아르헨티나의 지방 도시인 것 같다. 쪽 팔리게 길가는 세뇨리따에게 휘파람이나 불고 경적을 울리냐고 나무랐더니 여기는 그렇게 하는 것이 대세이고 그렇게 안 하면 정성 들여 치장하고 나온 저 아가씨가 비관해서 자살이라도 하면 책임지겠냐는데 할 말이 없었다. 그런 낭만적이고 정열적..

바다가 없는 스위스의 대형 화물선과 쿠바 봉쇄

선복량 세계 2위의 스위스 MSC LINE 컨테이너선 바다가 없는 스위스의 대형 화물선과 쿠바 봉쇄 배경 음악 : Quantanamera https://www.youtube.com/watch?v=5J2CWz44PFg 네 잎 클로버는 행운을 상징한다고 알고 있다. 전쟁 중에 한 군인이 네 잎 클로버를 보고 따려고 허리를 숙인 순간에 저격수의 총알이 스쳐 지나갔다는 행운의 이야기가 있다. 나는 클로버 무리에서 네 잎 클로버를 아무리 찾아봐도 본 적이 없다. 바다와 선원들 세계에도 미신을 믿는 경우가 많다. 배에 여성을 태우면 불길하다고 믿는 게 그중 하나다. 예전 뱃사람들은 바다를 변덕스러운 여신처럼 생각했는데 폭풍이 불고 파도가 거세지면 바다 여신이 노해서 그런다고 믿었다. 그런데 여성을 배에 태우면 여신..

도미니칸 미녀와 중미의 정신 나간 전쟁

푸에르토 플라타 해변 도미니칸 미녀와 중미의 정신 나간 전쟁 배경 음악 : Lambada, Caoma https://www.youtube.com/watch?v=iyLdoQGBchQ 카리브해의 쿠바 동쪽에 있는 도미니카 공화국은 서쪽의 아이티와 국경을 맞대고 있고 푸에르토리코와 인접해 있다. 그 섬에 살던 원주민 오십여만 명은 학살과 전염병으로 다 죽고 아이티와는 언어, 종교, 문화 심지어 인종도 전부 다 다르다. 카리브해 남동쪽에 있는 도미니카 연방과는 별개의 나라이다. 남한의 반 정도 크기의 나라로 카리브해의 명성에 걸맞게 아름답고 약간 더운 섬나라이다. 수도인 산토도밍고에는 푸에르토리코의 산후안과 함께 카리브해 지역에서 두 나라만 지하철이 다닌다. 홈런 타자로 유명했던 새미 소사의 모국이기도 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