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퇴 선원의 항해일지 200

모리셔스 기름 유출과 스텔라 데이지호 침몰

일본 화물선이 모리셔스 근해에서 암초에 좌초되어 기름이 유출되고 있다 ​ ​ 모리셔스 기름 유출과 스텔라 데이지호 침몰 ​ ​ 음악 : Epitaph, King Crimson https://www.youtube.com/watch?v=0fg5uMY3EEk ​ ​ 최근 인도양의 청정 휴양지로 소문난 모리셔스 인근을 지나가던 20만 톤급 일본 광석선이 좌초되어 기름 유출로 난리가 났다. 배가 암초 위에 올라가 운항할 수 없는 상태에서 열흘이나 방치해 좌초된 부분이 더 찢어져 기름이 새기 시작했는데 미리 연료를 빼냈으면 기름 유출이 적었을 텐데 정부와 선주가 서로 날씨와 장비 탓하니 안타까운 일이다. 기름이 유출되면 대재앙이 시작된다. 사람이 기름 먹고 뒤집어쓰면 어떻게 되겠는가? 은퇴 후 50년이 아니라 아껴..

소말리아 해적과 석해균 선장

적재 톤수 30만 톤급 삼호드림호와 청해부대 왕건함 ​ ​ ​ 소말리아 해적과 석해균 선장 ​ ​ 음악 : Soldier of fortune, Deep Purple https://www.youtube.com/watch?v=wZuW3YvHHLU ​ ​ 해피 라틴호는 소말리아 해적이 영업하는 해상에서 적어도 800해리는 떨어져 나름 안전하게 에메랄드빛 바다를 항해하고 있다. 천 개가 넘는 천혜의 아름다운 섬이 있는 몰디브제도에서도 한참 아래이다. ​ 소말리아 내전이 오래 이어지면서 경제는 완전히 말아먹었다. 내전으로 초토화된 나라에 뭐 하나 제대로 돌아가는 게 있겠는가. 게다가 소말리아는 대부분 사막지대라 농사지을 땅도 별로 없다. 어업 역시 환경오염과 다른 나라 어선들이 싹쓸이하는 통에 고기도 잘 안 잡힌..

에티오피아의 슈바이처와 킨타쿤테

에티오피아의 한국인 슈바이처 유민철 박사 ​ ​ 에티오피아의 슈바이처와 킨타쿤테 ​ ​ 한때 솔로몬의 후예라며 아프리카의 자존심이었던 에티오피아가 한국전쟁 때 우리나라를 도와 우리는 잘살게 되었는데 지금은 세계 최빈국으로 기아와 질병에 시달리고 있다. ​ "제 손길을 기다리는 환자를 떠나는 것이 가슴 아플 뿐입니다." 에티오피아 수도 아디스아바바의 블랙라이온 국립의료원에서 30년간 현지인을 치료해 '코리안 슈바이처'로 불리는 유민철 박사가 정년으로 퇴임했다. 유 박사는 퇴임 후에도 여전히 에티오피아의 환자들을 걱정했다. ​ 유 박사는 1975년 에티오피아와 처음 인연을 맺었다. 세브란스병원에서 수련의 과정을 마치고 정부의 아프리카 파견 의사 모집에 자원했다. 부인과 두 자녀와 함께 에티오피아에 왔다. 의..

안드로메다 공주와 에티오피아

흑인 인어공주 ​ ​ 안드로메다 공주와 에티오피아 ​ ​ 음악 : Miriam Makeba, Malaika https://www.youtube.com/watch?v=Q1UID0vEeqI ​ ​ 해피 라틴호는 인도양 적도 가까이 항해하고 있다. 바다는 거울같이 잔잔하고 밤하늘에 무수한 별이 반짝이는 게 보인다. 철광석을 방방하게 실어 배가 푹 가라앉아 미끄러지듯 나아가고 너울은 아주 길게 퍼진다. 베트남에 파병된 혈기왕성한 대한 용사들이 정글에서 밤하늘의 남십자성을 바라보며 고국에 있는 부모 형제와 아내, 자식 그리고 친구를 생각하며 눈물지었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나는 안드로메다 은하수를 보며 남희 생각에 잠긴다. ​ 무엇이 꼬였을까? 나는 나대로 내 자리에서 그대로 항해하고 있고 그녀는 영국에서..

바오밥나무와 보헤미안 랩소디

바오밥나무 ​ ​ 바오밥나무와 보헤미안 랩소디 ​ ​ 음악 : Bohemian Rhapsody, Queen https://www.youtube.com/watch?v=wBqMbefDgys ​ ​ 철광석은 무거워서 선창 바닥에 깔린 것 같은데 배가 푹 가라앉는다. 컨베이어로 이틀 만에 다 싣고 더반항을 출항했다. 남아공에서 미련 갖지 말고 얼른 떠나는 게 2항사 뿐만 아니라 모두의 만수무강에 도움이 될 거 같다. 시절이 하 수상하니 항로를 마다가스카르섬 동쪽 멀리 잡았다. ​ 어린 시절 누구나 읽었거나 들어봤던 생텍쥐페리의 동화 어린 왕자에 나오는 바오밥나무가 마다가스카르섬에 많다. 바오밥나무의 괴이하고 초현실적인 모습에 마귀가 심심해서 거꾸로 처박았다든지, 열 받은 하이에나가 바오밥나무 묘목을 집어 던져 ..

더반의 영웅 홍수환과 만델라 대통령

케이프타운에서 크루즈선 승무원의 코로나 의심 증상이 나와 재난 상태를 선포하고 모든 크루즈선의 입항을 금지했다. 부근에 있던 선명이 'CORONA'라는 화물선에 코로나 테스트 결과 바이러스가 없음을 확인하고 출항시켰다고 한다. 선인장 향이 나는 멕시코 맥주 코로나는 애먼 피해는 안 입는지... ​ ​ 더반의 영웅 홍수환과 만델라 대통령 ​ ​ 음악 : Gonna fly now, Rocky II https://www.youtube.com/watch?v=qgeJr7gMI9I ​ ​ "와~ 와~ 홍수환, 잘한다~ 홍수환, 이겨라~!" 1974년 남아공 더반에서 WBA 밴텀급 챔피언 타이틀전이 벌어졌다. 엄청난 관중의 응원 열기 속에서 우리 대한 육군 일병 홍수환 선수는 여기까지 원정 와서 잘 싸우고 챔피언이 ..

희망봉과 크루즈선

남아프리카를 유람하는 크루즈선 ​ ​ 희망봉과 크루즈선 ​ ​ 음악 : Sailing, Rod Stewart https://www.youtube.com/watch?v=dJjvgmYyzKo ​ ​ 적도를 지나 잔잔했던 바다가 희망봉이 가까워지니 파도가 뱃전을 넘실댄다. 바람도 거세진다. 멀리 검푸른 바다에서 물거품을 품어내며 숨 쉬는 고래 두어 마리가 보였다 사라졌다 한다. 마치 고래가 춤을 추는 듯이 보인다. 작아 보이는 놈은 암놈일까, 새끼일까? 사실 고래는 원래 육지에 살던 포유동물이라 새끼는 어미 젖을 먹고 자란다고 한다. 고래는 아가미가 없고 머리 뒤쪽에 있는 콧구멍을 통해 폐로 숨을 쉬는데 물 위로 올라와야 숨을 쉴 수 있다. 고래가 수면에 올라오면 우선 콧구멍으로 기도의 물과 폐의 공기를 내뱉..

나이지리아 해적과 라스팔마스 전설

아름다운 라스팔마스 항구 ​ ​ 나이지리아 해적과 라스팔마스 전설 ​ ​ 음악 : La Bamba https://www.youtube.com/watch?v=jSKJQ18ZoIA ​ ​ 테마항에서 밀을 다 풀어준 해피 라틴호는 빈 배로 희망봉을 향해 간다. 5년마다 있는 정기검사를 받기 위해 드라이 독을 수배하는 동안 한 항차를 더 할 거라고 본사에서 전문이 왔다. 화물이 많은 남아프리카공화국으로 가려나. 독은 어느 나라로 갈까? 선수를 정남으로 돌려 나이지리아에서 먼 공해로 항해한다. ​ 나이지리아는 소말리아, 말래카해협과 마찬가지로 묵고살기 힘든 백성들이 해적으로 생계를 유지하는 경우가 많다. 중화기와 로켓포로 무장하고 난폭한 나이지리아 해적들은 스피드보트로 잽싸게 이동하여 민간 선박을 제압하고, 선원..

가나맨의 대부 아프코그룹 김복남 회장

테마항에서 하역하는 화물선 가나맨의 대부 아프코그룹 김복남 회장 80년대 선수들이 대거 출연한 가나 초콜릿 CF https://www.youtube.com/watch?v=K-w-fvqrGoE 코트디부아르의 아비장항에서 가나의 테마항까지 300해리가 좀 안 된다. 아비장에서 곡물을 반 정도 풀어주고 나머지를 하역하러 테마로 향했다. 평균 15노트로 20시간 남짓 항해하면 도착한다. 가나에는 대서양 동쪽의 라스팔마스 원양 어업기지보다 적지 않은 기지가 있어 한국어선 관계자가 많이 살아 한국말을 하는 현지인이 제법 있다. 현지 왜소한 젊은이 한 명이 배에 올라와 설거지와 청소를 할 테니 밥만 먹여달란다. 새로운 경험이지만 그렇게 하라 하고 당직이 아닌 선원 몇이 상륙 나가려고 하는데 전에 여기 와본 적 있는 ..

코트디부아르의 한국인 슈바이처

노란 슈바이처 안순구 박사 코트디부아르의 한국인 슈바이처 해피 라틴호는 길지 않은 항해를 마치고 적도 위 북위 8도쯤에 있는 아이보리코스트의 작열하는 태양 아래 배를 접안했다. 내 눈에 왜 그런지 모르게 부두에 놓인 쓰레기통이 꽂힌다. 어느 부두나 치우기 전까지는 한쪽 구석에 쓰레기가 너저분하게 널려있다. 먹다 만 바나나, 야자 열매 그리고 음식 남은 비닐봉지와 많은 쓰레기... 이방인의 뫼르소도 아닌 내게 왜 저게 강렬하게 와 닿았을까... 국제 항구답게 비교적 잘 단장된 아비장 부두를 우리 선원 몇이 걸어 나갔다. 게이트에는 손님을 기다리는 택시들이 보였다. 더우니까 일단 탔다. 기사가 쇼핑센터로 안내할까, 예쁜 아가씨가 있는 바로 갈까 하고 불어 발음이 섞인 꼬부라진 영어로 물었다. 말 중에 익숙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