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퇴 선원의 항해일지 200

캄보디아 킬링 필드

영화 킬링 필드 ​ ​ 캄보디아 킬링 필드 ​ ​ 음악 : The Killing field OST Imagine https://www.youtube.com/watch?v=4_9p31CKA7E ​ ​ 버마에서는 종족 간의 갈등으로 리힝야족에 대한 인종 청소가 벌어지고, 타이는 종교 갈등으로 애먼 민중들이 제 명에 살지 못하고 고통받고 있다. 캄보디아에서는 크메르 루주라는 급진적인 좌익무장단체가 별 이유도 없이 자기 동포 수백만 명을 고문, 학살한 흑역사가 있다. ​ 크메르 루주는 베트남 전쟁 때 캄보디아 농촌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는다. 프랑스의 식민지였던 캄보디아는 태평양 전쟁에서 일본 제국에 점령당했다가 일본이 연합국에 항복하면서 다시 프랑스가 지배하였다. 시아누크 국왕은 끈질기게 독립운동을 해 1953..

미소의 나라 타일랜드

타이 미소 ​ ​ 미소의 나라 타일랜드 ​ ​ 외국 여행이 지금처럼 자유롭지 못했던 때 방콕은 선원들이 좋아했던 항구이다. 주로 쌀을 실으러 많이 갔는데 화물선이 차오프라야강에 도착하면 강 입구부터 현지 여인들이 미소로 반겨주었다. 많은 외항선이 입항하기 위해 강 하류에 대기하고, 강변 양쪽에는 수십 척의 화물선이 접안해서 분주히 화물을 싣거나 풀어준다. ​ 타일랜드는 불교 국가로 젊은 남자는 승려가 되기 위해 절에 가거나 군대에 가고 대부분 벼농사를 짓거나 관광업에 종사한다. 타이족은 중국 윈난성에서 10세기경 건국되어 약 300여 년간 번성했던 대리왕국의 후손이라고 한다. 돌의 이름인 '대리석'은 이 대리국에서 나왔다고 한다. 몽골의 침략으로 망하여 탈출한 이들은 타이 북부와 라오스, 버마 일대로 많..

콰이강의 다리와 아웅 산 수 치 여사

아웅 산 수 치 여사 ​ ​ 콰이강의 다리와 아웅 산 수 치 여사 ​ ​ 음악 : Bridge on the river Kwai https://www.youtube.com/watch?v=6rjMyAkF828 ​ ​ 2차대전 당시 구만여 명의 대영제국 육군이 삼만여 명의 대일본제국 육군에 항복하여 포로로 잡힌 정신 나간 전쟁으로 대영제국은 이빨 빠진 호랑이가 되어 수 세기 동안 해가 지지 않는 나라의 영광이 하루아침에 무너졌다. 일제가 승승장구하며 대동아공영을 위해 버마와 인도를 또 먹으려고 영국군 포로를 동원해 만든 버마 철도가 있다. '콰이강의 다리'라는 영화로 알려진 이 철도를 만드는 중 많은 연합군 포로와 민간인 부역자들이 죽어 죽음의 철도라는 이름이 붙었다. ​ 1942년 태평양 전쟁이 한창일 때 ..

싱가포르 회상

수많은 배가 대기하고 있는 싱가포르 외항 ​ ​ 싱가포르 회상 ​ ​ 해피 라틴호는 잔잔한 말라카해협에 들어섰다. 싱가포르까지 약 500해리 정도로 이틀 남짓 항해하면 도착한다. 협수로라 많은 배가 스쳐 지나간다. ​ 선원들은 싱가포르에 가는 걸 좋아하는 편이다. 도시 경치가 좋고 전 세계 오만가지 상품을 면세에 가까운 가격으로 팔아 가족, 애인들에 선물할 게 많아서이다. 선주도 싱가포르에서 값싼 면세기름이나 주부식, 선용품을 실으려고 거기 도착할 만큼의 기름을 싣고 가게 한다. 급유와 보급받는 동안 선원들은 2개 조로 나누어 통선을 타고 주롱포트로 상륙한다. 그 서너 시간 안에 육지 바람을 쐬고 피플스 파크에서 쇼핑하고 맥주도 마시면서 번갯불에 콩 볶아먹듯이 사람 사는 냄새를 맡고 떠난다. ​ 싱가포르..

인도와 파키스탄

황금색 눈동자의 인도 미인 ​ ​ 인도와 파키스탄 ​ ​ 인도 음악 : A Ha, Suchitra Krishnamoorthi https://www.youtube.com/watch?v=gDpPqRUJGc8 ​ ​ 해피 라틴호는 스리랑카 아래 인도양을 지나고 있다. 하루 이틀 있으면 말래카해협에 들어선다. 세상을 움직이는 특별한 세력이 있을까? 우리 꼰대 세대, 아니면 젊은이들일까... ​ 국력이 센 미국과 중국 그리고 서구 세력이 이 지구를 압도하고 있다. 그런데 인구수가 곧 중국을 앞질러 지구 최대가 될 인도도 만만치 않을 것이다. 전 세계 어디 가나 유대인, 중국인 그리고 한국인 못지않게 인도 사람들이 한 존재감을 보인다. 그들 특유의 처세술과 상술을 아무나 쉽게 흉내낼 수 없다. ​ 전에 인도 봄베이..

두바이와 우리 순이

우리 순이 ​ ​ 두바이와 우리 순이 ​ ​ 음악 : 순이 생각 https://www.youtube.com/watch?v=aYcwblC-gB8 ​ ​ 바레인에서 원유를 싣고 나오는 길에 아랍 에미리트의 두바이항에서 선용품과 주부식을 조금 실으려고 외항에 잠시 정박했다. 비행기도 마찬가지지만, 배가 남의 나라 항구에 들어가면 항세를 내야 한다. 그래서 하룻밤을 넘기지 않고 후다닥 싣고 떠나야 한다. 두바이는 중동에서 물가가 비교적 싸고 없는 것 빼곤 다 있다. 바레인 출항하기 전에 미리 연락한 대로 한국 선식이 통선 타고 왔다. 배 타다 눈을 다친 전직 기관사가 유리알 눈을 끼고 선식 직원이라며 배에 올라왔다. 말로만 듣던 해적 후크 선장의 검은 안대를 생각하다가 그렇게 눈동자가 움직이지 않는 또래 한국인..

세계 여성들에게 영감을 준 사우디아라비아 여자 선수

사우디아라비아 사상 처음으로 올림픽에 출전한 사라 아따르 선수 ​ ​ 세계 여성들에게 영감을 준 사우디아라비아 여자 선수 ​ ​ 그때 바레인에서 온산으로 가는 원유 십여만 톤을 싣고 출항하는 데 우리와 반대 방향으로 가는 현대 스타호가 VHF 무선전화기로 통화하는 게 들린다. 사우디아라비아 라스타누라항으로 간단다. 세계 원유의 반 이상은 페르시안걸프를 통해 나가는데 그중 반 이상이 라스타누라항에서 선적된다. 같은 유조선을 타도 이삼십만 톤급 VLCC에서 일하는 선원들은 인간적으로 좀 짠하다. 배가 너무 커 부두에 댈 수가 없어 해상 제티에서 기름을 받아 도통 땅을 밟을 수가 없다. 항구의 여인과 마도로스의 낭만은 그들에게 안드로메다 별 같은 이야기다. 승선하는 동안 마냥 기름 싣고 풀고 항해와 보수만 하..

바레인과 걸프 전쟁

걸프전에서 압도적 우위였던 다국적 공군 ​ ​ 바레인과 걸프 전쟁 ​ ​ 미국 선주 유조선을 타고 바레인에 원유를 실러 간 적이 있다. 아라비아해에서 대기하다가 선주가 출발하라는 시간에 등화관제를 하고 페르시안걸프를 통과했다. 평상시 불빛에 휘황찬란했을 부두가 칠흑같이 어두웠다. 배를 원유 부두에 붙인 후 수속을 마치고 한숨 돌리는데 자정쯤 배 위로 뭔 불빛이 쏜살같이 지나가는 것이 보였다. 이튿날 아침 대리점 직원이 신문을 들고 와서 이라크가 쏜 스커드 탄도 미사일이 바레인에 몇 개 떨어졌지만, 다행히 불발탄이었다고 한다. 아, 뭐야. 이라크가 쿠웨이트에 침공해 전쟁 난 건 알고 있는데 왜 바레인에까지 미사일을 쏘고 난리냐고... ​ 걸프 전쟁은 이라크의 사담 후세인이 자국의 군사력을 믿고 쿠웨이트를 ..

이란에서 살아남기

이란 미소 ​ ​ 이란에서 살아남기 ​ ​ 이글거리는 적도 태양 부근을 항해할 때 가끔 용오름 현상과 마른하늘에 날벼락, 아니 마른번개를 종종 볼 수 있다. 용오름 현상은 주로 흐린 날씨에 보이는데 거대한 물기둥이 구름으로 올라간다. 찬 공기가 따뜻한 바다와 만나 상승기류가 생겨 바닷물을 끌어 올리는 회오리바람이다. 보통 십 분 전후에 사라지는데 그게 계약서 쓴 게 아니니 삼십여 분 이상 가기도 한단다. 미국에서 종종 볼 수 있는 토네이도에 해당하는데 마치 이무기가 용이 되어 하늘로 올라가는 모습 같아 용오름이라고 부르는 모양이다. 물에 있던 물고기, 심지어는 거북이도 빨려 올라갈 수 있다는 데 구름에 들어간 물고기는 바람 따라 움직이다가 비 올 때 하늘에서 물고기가 떨어지는 진기한 일이 생기게 된다. ..

현대상선과 낙타

황금빛 사막에서 낙타 행렬 ​ ​ 현대상선과 낙타 ​ ​ 음악 : 누구라도 그러하듯이, 배인숙 https://www.youtube.com/watch?v=AzJJAezVa_k ​ ​ 해피 라틴호는 적도를 지나 아라비아해 한참 아래를 지나고 있다. 유조선이 많이 다니는 곳이라 바다에서도 기름 냄새가 나는 것 같다. 멀리 파란색 선체에 하얀 글씨로 'HYUNDAI'라고 선명하게 쓴 현대상선 배가 지나가는 것이 보인다. 배가 예쁘게 잘 빠졌다. 전에 현대상선의 대형 유조선 코리아 배너호에 아는 기관장이 타고 있어서 관심을 가진 적이 있었다. ​ 1973년 오일쇼크로 달러가 올라 유조선을 주문했던 선주들이 도산하거나 트집을 잡고 배를 가져가지 않겠다고 해서 현대조선이 만든 배 세 척이 울산 앞바다에 그냥 떠 있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