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퇴 선원의 항해일지 200

유황도 전투와 오키나와 여인​

'Red flower'라는 오키나와 여인의 사진집을 펴낸 오키나와 출신 사진작가 이시카와 마오의 작품 중 하나 그녀는 평생을 '나는 일본인이 아니다, 나는 오키나완이다.'라고 오키나와 인의 정체성을 맹렬하게 주장했다 ​ ​ 유황도 전투와 오키나와 여인 ​ ​ 더반항을 출항한 해피 라틴호의 긴 항해가 끝판이 되어가고 있다. 일본 영토인 오키나와 아래를 지나고 있다. 이제 750해리 정도만 더 가면 목적지인 고베항에 도착한다. 15노트 속력으로 이틀 남짓 가면 된다. 멀리 오키나와섬 남쪽에 5초마다 한 번씩 번쩍이는 키안 등대 불빛이 보인다. 고국이 가까운 밤바다에서 맥주라도 한잔 걸치면 생각이 복잡해진다. 남희의 긴 생머리와 덧니를 가리던 하얀 손, 봉긋한 가슴에 안고 있던 두꺼운 교재, 엑스 자 젓가락질..

마담, 우리 심심한데 뽀뽀나 할까

찬조 출연한 허장강, 허준호 선수 ​ ​ 홍콩과 마카오 ​ ​ 음악 : 홍콩 아가씨, 금사향 https://www.youtube.com/watch?v=AQwmX_PlbSY ​ ​ "김 마담, 우리 심심한데 뽀뽀나 할까. 홍콩 간 배만 돌아오면 그까짓 다이아 반지가 문제야?" 보고 즐길 것이 그리 많지 않았던 어렸을 때 장안에 나돌던 허장강 아저씨의 고전 유머 대사이다. '우심뽀하~'라고 줄여서 말하던 기억도 난다. 그러면 여중 사친이 '돌뽀하!'라고 소리쳤던가... 그리고 머리가 좀 더 큰 뒤에 영화 별들의 고향에 나오는 동굴 버전이 있었다. "미스 킴스킴스킴스... 우리 심심한데 뽀뽀나 할까까까~~~" ​ 그런 홍콩에 정말 화물선을 타고 가는 기적 같은 일이 일어났다. 사이다병이 둥둥 떠다니는 인천의 ..

하늘하늘한 대만 여인

​ 하늘하늘한 대만 여인 ​ ​ 음악 : 첨밀밀, 등려군 https://www.youtube.com/watch?v=axfdk2JtEPg ​ ​ 완도 밑에 노화도인지 어느 한 섬에서 옥돌 원석을 싣고 대만 기륭과 수아오항에 풀어준 적이 있다. 돌 무게가 나가니 선창을 다 채우지 않았어도 배가 폭 가라앉는다. 혼자 생각에 별걸 다 팔아먹는다 싶었다. ​ 외항선이 한국에 들어가면 선원들은 정신이 없다. 짧은 기항 중에 당직 서야지, 가족들 만나야지, 아이들 학교나 집안 사정 때문에 못 오게 되면 애달프게 공중전화 붙잡고 산다. 마나님과 통화하다가 애들 하나하나 바꾸고 처제, 장모님 와 계시면 목소리라도 듣겠다고 서로 난리다. 견우와 직녀, 이산 가족이 따로 없다. 그래서 선원 부부는 만년 신혼이라는 말도 있다..

내가 젊었을 때 청춘사업보다 낡은 배를 샀더라면

대만의 에버그린 컨테이너선 ​ ​ 세계 최대 컨테이너 선단 대만 에버그린 ​ ​ 시작은 미약했다. 그러나 채 이십 년도 되지 않아 세계 최대 컨테이너 선사가 되었다. 대만의 에버그린 마린 이야기다. ​ 일본 강점기 태평양전쟁에서 아버지가 돌아가셔 가족의 생계를 위해 일본 선박회사 견습 선원으로 배와 인연을 맺은 한 대만인이 있었다. 실습을 마치고 대만 해운회사에서 말단 선원으로 시작한 그는 열심히 노력하여 일등항해사가 되었다. 이십여 년의 선상 생활 후 낡은 잡화선 한 척을 사 자기 이름을 딴 창룽해운(에버그린 마린)을 만들었다. 일 년 뒤인 1969년 중동 원양 항로를 개척했고, 1975년 동아시아와 미국 동부 컨테이너 정기 항로를 운항하면서 컨테이너 해운사로 컸다. 1985년에는 세계 최대의 컨테이너..

섬 이야기 여섯 번째, 빨간 머리 아일랜드 여인​

빨간 머리 아가씨 ​ ​ 섬 이야기 여섯 번째, 빨간 머리 아일랜드 여인 ​ ​ 음악 : Danny boy https://www.youtube.com/watch?v=p5C6tQV05YU ​ ​ 영국의 회색빛 공업 도시 리버풀항에 곡물을 풀어주러 갔을 때 아이리시해를 거쳐 갔다. 좌현 쪽에는 에이레라고 부르던 큰 섬이 있다. 해가 지지 않는 나라라는 영국에 처음 가보는 거라 마음은 들떠있었고 또 에이레에 대한 궁금증이 한 쪽에 있었다. 에이레는 우리나라와 비슷한 게 몇 가지가 있는데 남북처럼 아일랜드와 북아일랜드로 나누어져 있다. 영국의 속국인 북아일랜드는 지금도 독립하려고 폭력과 유혈 사태가 끊임없이 일어나고 있다. ​ 카리브해 어느 섬나라인가 해변 카페에서 맥주를 마시다 옆자리의 영국인 젊은이들과 인사..

섬 이야기 다섯 번째, 사이판과 괌

괌 일몰 ​ ​ 섬 이야기 다섯 번째, 사이판과 괌 ​ ​ 신혼 여행, 가족 여행, 효도 여행 등으로 많이 가는 사이판과 괌은 투명하다시피 한 바다와 강렬한 태양을 즐기며 아름다운 비치와 우거진 숲 등 섬 전체가 관광지이다. 사이판과 괌은 대부분의 주민이 관광업으로 먹고살고, 현지인들 성격이 대체로 밝고 친절한 편이다. 눈이 마주치면 타이, 캄보디아에서처럼 먼저 미소 지으며 인사한다. ​ 사이판은 서태평양에 있는 미국령 북마리아나제도에서 가장 큰 섬이며, 제도 연방의 수도이다. 200km 남쪽에 괌이 있다. 기원전 2000년경에 북마리아나제도에 차모로족이 정착하였다. 외부와 별 교류 없이 살다가 17세기에 스페인 식민지가 되면서 유럽에 알려졌다. 스페인 사람들의 사료에는 이미 강력한 권력을 가진 족장이 ..

섬 이야기 네 번째, 비키니섬

비키니 아가씨들 ​ ​ 섬 이야기 네 번째, 비키니섬 ​ ​ 아름답다고 소문난 카리브해의 마르티니크섬 앞에 있는 다이아몬드 록이라는 조그만 바위섬은 실제로 군함으로 명명된 적이 있다. 작은 바위섬이지만 전략적으로 중요해서 나폴레옹 전쟁 때 영국 해군은 다섯 문의 해안포를 섬에 설치하였다. 그리고 'HMS 다이아몬드 록' 함이라는 이름으로 대영제국 해군 함적에 이름을 올렸다. 승조원은 약 백여 명 정도였다. 이후 나폴레옹 해군에 의해 나포되었다. ​ 당시 다이아몬드 록 함은 대규모의 프랑스 함대에 맞서 치열한 포격전에서 섬을 잘 지켰다. 프랑스 해병대는 50여 명의 손실을 보며 섬에 상륙은 했지만, 영국 해군이 사다리와 줄을 치우자 바위 절벽을 오를 방법이 없어서 애를 먹었다. 탄약이 바닥나고 물이 떨어지..

섬 이야기 세 번째, 독도의 불타는 얼음

독도는 우리 땅 ​ ​ 섬 이야기 세 번째, 독도의 불타는 얼음 ​ ​ 음악 : 독도는 우리 땅, 플래시몹 https://www.youtube.com/watch?v=CZABj9WeFbY ​ ​ 한국이나 일본에서 출항해 캐나다나 미국 서부로 갈 때 대부분 대권 항해를 한다. 반대로 올 때도 마찬가지이다. 선박이 원양항해할 때 두 지점 간의 최단 거리를 나타내는 Great circle이 항해 거리가 단축되어 시간과 기름을 줄일 수 있다. 일반 지도는 펼쳐 보기에 더 멀어 보인다. 북태평양에서 대권 항해를 하려면 알류샨 열도에 바짝 붙어 간다. 문제는 날씨가 좋을 땐 상관없는데 한겨울에 강력한 저기압을 뚫고 가려면 파도가 어마어마하게 쳐서 보통 고생이 아니다. 한진 인천호 같은 경우는 그 바다에서 조난 신호도..

섬 이야기 두 번째, 천 섬​

천 섬 중 하나인 하트 섬의 볼트 성 ​ ​ 섬 이야기 두 번째, 천 섬 ​ ​ ​ 외항선을 처음 타고 한겨울에 거친 태평양을 건너 캐나다 밴쿠버에 갔다. 우물 안 개구리로 살다가 난생처음 비행기도 타보고 큰 배를 타고 망망대해에서 항해했다. 멀미 좀 하다가 북미 대륙에 도착하니 언제 그랬냐는 듯이 멀미는 잊어버렸다. 그 후로 아무리 파도가 쳐도 멀미를 한 적이 없으니 타고난 배 체질인 모양이다. 그런데 밴쿠버 입구에 있는 밴쿠버 아일랜드가 좀 멋있나? 울창한 침엽수림에 그림 같은 집들이 어울려 있는 아름다운 경치에 공기, 바다뿐만 아니라 모든 게 깨끗하게 느껴졌다. ​ 밴쿠버섬은 태평양 북동부에 있으며, 캐나다 브리티시컬럼비아주의 일부이다. 밴쿠버섬 아래쪽에 있는 빅토리아는 브리티시컬럼비아주의 주도이다..

한국인과 거의 비슷하게 보이는 그린란드 여인

한국인과 거의 비슷하게 보이는 그린란드 여인 ​ ​ 섬 이야기 하나, 그린란드 ​ ​ 해피 라틴호는 필리핀해에 들어서 대만 옆을 씩씩하게 항해하고 있다. 파도가 주로 앞에서 쳐 피칭을 좀 한다. 배가 좌우로 노는 것은 롤링이라고 한다. 롤링하면 소화가 잘되는 것 같은데 배가 앞뒤로 흔들리는 피칭 때는 머리가 좀 아프다. 멀리 우현 쪽에 등대와 함께 대만의 작은 섬이 보인다. 육지에 살든 바다 위에 떠 있든 누구나 섬에 대한 환상과 추억이 있으리라. ​ 덴마크의 코펜하겐에 들어갔을 때 상륙해 노천 바에서 맥주 한잔하는데 우리나라 사람 같은 여인을 만났다. 반가워서 이야기해보니 그린란드 사람이란다. 한국 사람과 너무 똑같아서 그런 이야기를 했더니 그니들도 인정한다. 한참 같이 놀다가 화물선을 보고 싶다고 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