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퇴 선원의 항해일지 200

뉴질랜드 연가

뉴질랜드 연가 ​ ​ 음악 : 연가(Pokarekare ana), 은희 https://www.youtube.com/watch?v=NVbPgIE27Gw ​ ​ 비바람이 치던 바다~ 잔잔해져 오면... 'Pokarekare ana'는 '연가'라는 제목으로 우리가 학생 때 부르거나 들어서 익숙한 노래이다. 우리나라에서 많은 청춘남녀가 아는 이 노래는 뉴질랜드 민요이다. ​ 뉴질랜드 오클랜드와 웰링턴항에 화물을 실으러 간 적이 있다. 오클랜드항 입구에서 파도가 장난이 아니었다. 짐을 싣고 나올 때도 마찬가지였다. 너울성 파도가 선수로 계속 밀려오는데 살짝 쫄은 기억이 난다. 위치가 남위 40도가량 되는 데다 겨울철이라서 그랬을까. 물론 파도를 뒤에서 받으면 배가 날아갈 수 있는데 어디 파도가 정해놓고 때리나....

자원 천국 호주

시드니 오페라 하우스 앞에서 항해하는 유조선 ​ 자원 천국 호주 ​ ​ 한국 해기사들의 동정과 해운 소식을 전하는 한국 해기사협회의 월간 해기지 표지 모델은 주로 항구에 정박하거나 항해 중인 각 선사의 배 사진이다. 시드니의 오페라 하우스와 하버 브리지를 배경으로 찍은 배 사진이 종종 표지 모델로 나와 마도로스의 꿈을 자극한다. ​ 호주 북동부 그루트 아일런트항에 철광석을 실으러 갔다. 호주는 자연의 복을 받은 나라로 어마어마한 광석과 곡물을 수출한다. 한국, 일본, 중국을 비롯하여 세계 여러 나라 화물선이 수십 년 동안 끊임없이 실어 가도 마르지 않는 샘물같이 계속 나온다. ​ 연안 바다에는 물 반 고기 반인지 물고기 떼가 바글바글해 바닷물 색깔이 검푸르게 변한 것이 눈에 보인다. 얼마나 고기가 많아서..

사모아 원양어선 기지와 페스카마호 살인 사건

아메리칸 사모아의 천혜의 항구 파고파고항 ​ ​ 사모아 원양어선 기지와 페스카마호 살인 사건 ​ ​ 우리의 해피 라틴호는 대만과 필리핀 사이의 바시채널을 지나고 있다. 조류가 세 뱃전에 하얀 포말이 선수로 넘쳐오고 바다는 회색빛이다. 전속력으로 파도를 헤쳐나가 넓은 필리핀해에 들어갔다. 멀리 한국어선 몇 척이 태평양을 향해 기우뚱대며 가는 것이 보인다. 아마 남태평양에 참치를 잡으러 가는 선단인 모양이다. ​ 남태평양의 아메리칸 사모아에 우리나라 원양어선 전진기지가 있었다. 1958년 우리나라 최초의 원양어선이 사모아의 파고파고항에 입항했다. 그 후 한국 원양어선이 많이 진출했었다. 한국도로공사가 1번 도로를 건설해주었다. 지금은 대부분 철수하고 교민 백여 명만 남았다고 한다. 교민들은 주로 선박 수리업..

미드웨이, 그 섬에 가고 싶다​

미드웨이 해전 ​ ​ 미드웨이, 그 섬에 가고 싶다 ​ ​ 영화 : The battle of Midway https://www.youtube.com/watch?v=h7Z0yUYHgP8 ​ ​ 바다 위를 떠다니는 마도로스가 세계의 해전에 관심이 없다면 말이 안 될 것이다. 그렇다고 전쟁 이야기를 좋아한다는 것은 아니다. 그저 매일 다니던 바다 위에서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지?' 하는 궁금증 정도일 것이다. 그리고 해군 함정을 타던 이들이 전역 후 상선으로 많이 갈아탔다. ​ 슬픈 해당화호가 필리핀 레이테섬 옆을 지나가다가 먼저 간 미국, 일본 해군의 원혼이 데려갔다는 이야기는 바다 사람은 선배 선원에게 들어 조금은 안다. 태평양 전쟁에서 진주만이 일본에 선제공격을 받고 미 해군 태평양 함대가 회복하기 힘..

필리핀의 한국인 우상​

필리핀 미소 ​ ​ 필리핀의 한국인 우상 ​ ​ 한국에서 비료를 싣고 마닐라 남쪽의 작은 항구 산 페드로에 갔다. 항구라고 말하기에는 너무 작은 곳이었다. 큰 배는 못 들어오고 동남아 원목선같이 작은 배 한두 척 겨우 댈 수 있는 부두이다. 심심하면 배 앞의 노점에서 갈색 병맥주, 산 미겔과 다디단 망고를 먹으며 동네 아가씨와 농담 따먹기 하느라 세월 가는 줄 몰랐다. 배 타니 이런 먼 나라 깡촌에도 오고 예쁜 외국 아가씨와 이야기도 할 수 있으니 정말 배 잘 탔다는 생각을 혼자 많이 했다. ​ 어느 날 대리점 차 타고 멀지 않은 마닐라에 나갔다. 혼자 후덥지근한 시내 구경하다가 리잘 파크까지 갔다. 필리핀 독립 영웅 호세 리잘을 기리기 위해 그가 총살된 곳에 유골을 안치하고 기념비를 세운 곳이다. 농구..

슬픈 해당화호와 레이테 해전

제2차 세계대전 당시 필리핀 레이테섬 해안에 상륙하는 맥아더 장군 장군은 사진 찍을 때 자기보다 키 큰 참모나 사병은 곁에 있지 못하게 했다 슬픈 해당화호와 레이테 해전 음악 : 섬마을 선생님, 이미자 https://www.youtube.com/watch?v=J5ilgnQNS3o "해~당화 피고 지는 섬~마을에 철~새 따라 찾아온..." 어렸을 때 듣던 '섬마을 선생님'의 구성진 노래에 우리 열아홉 살 청춘이 애달프던 시절이 있었다. 바닷가 모래땅과 산기슭에서 자라는 예쁜 해당화에 슬픈 전설이 있다. 잘 살던 집안에서 갑자기 부모가 돌아가셔서 천애 고아가 된 남매가 있었다. 누나가 원나라에 공녀로 가게 되어 뒤쫓아가던 어린 남동생이 어느 바닷가에 지쳐 쓰러져 죽은 자리에 빨간 해당화가 피어났다. 그 꽃이..

자원의 보고 말레이시아와 브루나이

세상에서 가장 큰 꽃으로 알려진 라플레시아 ​ ​ 자원의 보고 말레이시아와 브루나이 ​ ​ 말레이시아에 시멘트나 비료를 싣고 가면 보통 두세 항구에서 풀어주었다. 다 풀어주고 원목 실을 땐 또 한두 항구 더 간다. 짧은 기간에 네댓 번은 빨빨대고 옮겨 다닌다. 보르네오섬 사바 지역의 코타키나발루, 산다칸 찍고 사라왁의 타와우, 미리항에 가고 브루나이에서도 원목을 싣기도 한다. 바쁘다 바빠. 덕분에 구경은 잘한다. 더운 나라 항구에서 상륙하면 이국의 사람 사는 거 구경하면서 냉방이 잘 된 극장에서 영화 한 편 때린다. 그리고 노천 바에서 맥주 한잔 마시고 시원한 마트에서 필요한 것을 사서 돌아간다. 신문지에 싸주는 말레이시아 길표 닭 날개 숯불 꼬치구이 사테는 참 맛있다. 지금도 그 맛이 인상 깊게 남아있..

세상을 바꾼 인도네시아 소녀

'Bye bye plastic bags!'로 세상을 바꾼 발리의 멜라티와 이사벨 자매 ​ ​ ​ 세상을 바꾼 인도네시아 소녀 ​ ​ 배 타고 있다가 명절을 맞으면 어떻게 지낼까. 구정, 추석, 성탄절 그리고 근로자의 날 등 회사에서 정한 명절은 하루 특식비가 나오고 모두 Day work을 쉰다. 그러나 배는 움직여야 하니까 항해, 기관 당직자는 근무한다. 적도를 지날 때 적도제를 하거나 특별한 날이 있을 때 선원들의 기분을 맞춰주기 위해 미리 특식비를 청구하면 대부분 본사에서 오케이한다. 배에서 벌어들이는 돈에 비하면 껌값도 안 되니... 아무튼 배에서 맞는 명절에는 웃는 돼지머리 입에 달러 꼽아 절하고 하루 신나게 먹고 마시고 논다. ​ 동남아 원목선은 한국에서 주로 시멘트나 비료를 싣고 말레이시아와 ..

천 년 전쟁을 버틴 베트남

적재 톤수 15만 톤급 컨테이너도 들어가는 호치민 티바이강 ​ ​ 천 년 전쟁을 버틴 베트남 ​ ​ 호치민의 티바이강은 대형 컨테이너 선박도 들어갈 정도로 강이 깊다. 부산 컨테이너 부두에도 큰 컨테이너는 배 밑바닥이 닿아 쉽게 못 들어온다. 다만 이 깊은 강 때문에 베트남 기술로는 다리를 놓는 게 쉽지 않다고 한다. ​ 베트남은 공산당의 1당 독재국가로 경제적으로는 자본주의 체제로 간다. 인구 1억에 자원이 많아 성장 가능성이 아주 큰 나라이다. 중국이 인건비가 오르고 무역전쟁으로 관세 폭탄과 온갖 갑질 등으로 외국 공장들이 베트남이나 주변 동남아 국가로 옮겨가고 있다. 심지어 중국 기업들마저 인건비가 싼 베트남으로 공장을 옮기고 있다. 베트남 사람은 손재주가 좋은 편이라 생산성이 주변 국가보다 높다고..

웃어서 아름다운 캄보디아 여인

웃어서 아름다운 캄보디아 여인 ​ ​ 웃어서 아름다운 캄보디아 여인 ​ ​ 시아누크빌은 캄보디아에 하나밖에 없는 국제 무역항이다. 프놈펜에서도 컨테이너가 나가긴 하는데 큰 배가 입항하는 항구가 아니고 메콩강을 통해 바지선으로 컨테이너가 베트남을 오갈 뿐이다. 세계 최빈국 중 한 나라이며 자체 생산하는 공산품은 별로 없고 세계 의류 메이저 기업들의 저임금 집약산업인 봉제업으로 만든 옷을 많이 수출한다. ​ 캄보디아는 요즘 중국판이라 빨간 간판이 많이 들어선다. 중국인은 프놈펜과 시아누크빌의 부동산을 집중적으로 매입하며 시아누크빌을 거대 차이나 시티로 만들고 있다. 캄보디아 정부는 시아누크빌을 특별경제구역으로 지정하여 제조업 선진국의 투자를 유치하기 위해 규제 완화 등 향후 10년의 비전을 발표했다. 캄보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