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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다리회와 고래회충

​ 도다리회와 고래회충 ​ ​ 회를 처음 먹어본 게 아마 군 시절인 거 같다. 해운대 탄약창에 선임하사와 암호병 그리고 통신병인 글쓴이와 세 명이 파견 근무를 했다. 석 달 동안 근무하면서 한 일은... 없다. 그냥 먹고 놀았다. 다 전시를 대비해 준비하는 건데 평시라 지금 기억으론 군기 빠진 행동을 자제하는 정도에서 정말 하는 일 없이 빈둥댔다. 자대는 대구 2군 사령부에 있지, 탄약창 간부들은 영내에 철조망 치고 출입을 통제하는 통신대에 들어 올 생각을 하지 않았다. 출입 기록이 남겨지고 만약 암호 자재 분실 등 사고가 터지면 필히 보안대의 조사가 따르기 때문이다. 그래서 당직 장교나 주번하사관은 출입문 밖에서 '어이! 통신대 별일 없나?' 하고 소리친다. '충성!' 하고 경례하며 들어오시라고 해도 ..

돈 되는 해삼 무역

멍게, 해삼, 소라 파는 아낙 ​ ​ 돈 되는 해삼 무역 ​ ​ 학생 때 친한 친구를 놀릴 때 '바보, 멍충이, 멍게, 해삼, 말미잘 같은 놈'이라고 했겠다. 바보, 멍청이는 그렇다 쳐도 왜 맛있는 멍게, 해삼을 거기에다 붙였을까? 우렁쉥이라는 멍게, 해삼과 말미잘을 말하면 여드름이 많이 나 피부 상태가 좋지 않은 청춘을 비꼬는 욕이 된다. ​ 어렸을 때 푹푹 찌는 한여름에 동네 형들과 동대문 야외 수영장에 놀러 간 기억이 난다. 까만 튜브 타고 첨벙대고 놀다 지치면 수영장에서 나와 손수레에서 파는 순두부국 사 먹고 멍게와 해삼까지 얻어먹으면 지상 최고의 날이었다. 무 조각에 꽂아놓은 녹슨 옷핀으로 멍게, 해삼을 찍어 초장에 먹는 알싸한 맛이라니... ​ 바다는 지구 표면의 70% 이상이라고 한다. 지구..

키일운하에서 만난 독일 아가씨

갑문과 운하 ​ ​ 우리나라 서해는 간만의 차가 커 큰 배가 인천항에 들어오기가 쉽지 않다. 화물선이 인천 내항에 들어오려면 갑문식 독을 지나가야 한다. 갑문은 밀물 때만 열고 짧아서 금방 통과한다. 인천항 갑문을 통행할 때 지나가는 배가 십몇m밖에 떨어지지 않아 반갑고 새로운 경험이었다. 갑문은 2개로, 큰 갑문은 5만 톤급, 작은 것은 만 톤급 선박이 다닐 수 있으며 하루 이십여 척이 드나들 수 있다. 더 큰 배는 새로 준설한 송도 신항에 들어가 하역한다. ​ 운하는 선박이 다닐 수 있게 인공적으로 만든 물길을 말한다. 그리스에는 기암절벽 사이로 코린트운하가 뚫려 있다. 고대부터 운하를 만들려고 했으나 사람 손과 곡괭이로만 일하니 잘 안 되었다. 코린트운하는 율리우스 카이사르, 칼리큘라 등도 시도했으..

'우울한 일요일' 노래 듣고 따라서 자살하기 없기

​ Gloomy sunday ​ ​ 음악 : Gloomy sunday https://www.youtube.com/watch?v=CBQAE4S1mBY 자우림의 글루미 선데이 https://www.youtube.com/watch?v=CvSFNUFd7UM ​ ​ 사람이 사람을 사랑하는 것은 무죄이다. 썩을 나치 시대에 헝가리 부다페스트에서 눈물겨운 삼각도 아닌 사각 사랑이 있었다. 당신과 헤어지느니 반쪽이라도 사랑하게 해달라고 애원하는 두 남자와 사랑을 얻지 못해 자살 시도까지 한 독일인... 살아평생 누군가를 가슴이 뛰게 사랑하다 제 명에 못 살고 돌아가시는 것과 그런 사랑 한 번 해보지 못하고 한 백 년 넘게 밥만 축내다 간 인생... 어느 삶에 점수를 더 줄까? 물론 글쓴이는 물어보나 마나 사랑도 좋지만..

방황하는 한국인 은퇴자

수에즈운하를 통과 중인 이스라엘 ZIM Line의 컨테이너선 ​ ​ 방황하는 유대인 ​ ​ 배를 타고 항해하거나 부두에 정박 중에 다윗왕의 방패라는 하늘색 별이 그려져 있는 이스라엘 국기를 단 선박을 종종 볼 수 있다. 이스라엘은 남녀 구분 없이 다 군대 간다더니 상선에도 여성이 여러 명 타고 있는 것이 보인다. 제복 입은 늘씬한 여성은 사관일 테고, 앞치마 두르고 후갑판에서 짬밥통 들고 다니는 어여쁜 동지는 주방에서 일하는 분일 거다. ​ 큰 배나 컨테이너에 'ZIM'이라는 글자가 쓰여 있는 걸 본 사람이 있을 것이다. 이스라엘 선박회사로 2차 대전 후 만들어져 이민자와 화물을 실어날랐다고 한다. 이스라엘 독립운동과 중동전쟁 때는 식량과 전쟁물자를 수송했다. 서독이 유대인 학살에 대한 배상금으로 준 돈..

장보고와 청해진​

​ 장보고와 청해진 ​ ​ 근대에 바다를 지배한 자로 유럽에는 콜럼버스, 중국에는 정화가 있었다. 그전에 우리나라에는 장보고라는 걸출한 인물이 있었다. 그는 당나라에서 군인을 했다가 신라로 돌아와 청해진 대사로 당시 한중일 사이의 바다를 지배하며 당나라와 신라, 일본을 잇는 해상무역을 주도하였다. 장보고의 힘은 막강하여 신라 왕실과 중국, 일본에까지 영향력이 미칠 정도였다고 한다. 한국인 중 유일하게 한중일 정사 역사서에 모두 나오는 인물이기도 하다. 삼국유사, 삼국사기에 장보고에 대한 기록이 있으며 중국 산둥의 법화원에는 장보고 동상과 기념관이 있다. 일본 교토에도 청해진 대사 장보고의 비석과 영정 그림이 있다. 한중일 삼국 모두 기념하는 한국인은 역사 이래로 장보고가 유일할 것이다. ​ 신라의 골품제..

콜럼버스보다 앞서 대항해를 한 정화​

​ 콜럼버스보다 앞서 대항해를 한 정화 ​ ​ 대항해시대를 이야기하면 우리는 콜럼버스를 기억한다. 그러나 중국에는 콜 할아버지보다 구십여 년 앞서 대규모 선단을 이끌고 중국에서 동남아를 거쳐 인도, 아프리카까지 대항해를 한 사람이 있다. 그는 중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 역사학자들의 관심을 받는 대단한 인물이다. ​ 정화는 국적은 명나라이지만 유라시아의 이슬람교 집안 출신이다. 14세기에 명나라의 영락제는 윈난성을 정복하면서 곤명의 성인 남자를 모두 죽이고, 어린 남자아이는 거세해서 포로로 잡아갔다. 정화는 어린 나이에 명에 끌려와 환관이 되었다가 영락제가 건문제를 쫓아내고 황제가 되는 데 큰 역할을 하였다. 이후 환관의 대빵이 되었다. ​ 당시 다른 나라의 기술로는 꿈도 꿀 수 없는 대규모 선단을 이끌고 ..

차이나타운과 화교

Chinatown of Yokohama ​ ​ 차이나타운과 화교 ​ ​ 요코하마에는 동양 최대의 차이나타운이 있다. 온 동네가 빨갛게 물들어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중화권 문화에서 빨간색은 행운과 부를 상징하여 화교가 하는 가게는 빨간색 치장이 많다. 인천 차이나타운과는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화려하고 규모가 크다. 일본에는 오래전부터 전쟁을 피해 건너온 중국인이 있었고 개항 후에 요코하마, 고베와 나가사키 등지에 중국인들이 들어왔다. 한국에 짜장면이 있듯이 나가사키에는 짬뽕이 있다. 일본이 개항하기 전, 에도 시대 때 유일한 개항장이었던 나가사키에서 일본과 중국의 식문화가 합쳐져 만든 맛있고 값싼 서민 음식이다. 화교는 중화민국 또는 중화인민공화국 국적을 가지고 다른 나라에 정착해서 사는 사람을..

작은 공 하나가 세계 역사의 흐름을 바꾸다니

대한민국 탁구 국가대표로 메달을 여러 개 땄던 인생 악바리과 현정화 선수 ​ ​ 작은 공 하나가 세계 역사의 흐름을 바꾸다니 ​ ​ 지바 조선소에서 지도거사 님과 상륙 나갔다가 혼자 들어오는데 휴게소에서 허름한 인민복 같은 옷을 입은 선원들이 탁구를 하고 있었다. 딱 보니 중국 선원 같았다. 아마 일본 앞바다에서 사고 나서 긴급 수리하러 들어왔다는 오성홍기가 펄럭이는 중국 배 선원인 모양이다. 중국 배는 웬만하면 인건비 싼 자기 나라에서 다 처리하려고 하지 물가 비싼 다른 나라에서 수리하는 것은 피한다. 중국 선원은 돈이 별로 없어 밖에 잘 나가지도 않는 것 같다. 그러니 그냥 수리조선소 안의 시설에서 시간을 보내는 모양이다. ​ 같은 선원으로서 짠해 보여 웃으며 인사를 했다. "니하오." 같이 '니하오..

보물섬과 보물선

보물섬 만화의 해적 롱 존 실버 ​ ​ 보물섬과 보물선 ​ ​ 조이스 캐럴 오츠는 노벨 문학상 후보로 박경리와 같이 줄곧 언급되는 여류작가 중 한 명이라고 한다. 미국 뉴욕주 록포트에서 태어나 여덟 살 때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와 '보물섬' 등을 읽고 감동을 하였다. 열네 살 때 할머니에게 타자기를 선물 받고 작가의 꿈을 키우기 시작했다. 노동자들의 농업 공동체에서 자란 그녀의 어린 시절은 매일 살아남기 위한 싸움이었다고 한다. 그때 그녀는 '세라비!'라는 말로 자신을 위로했다고 한다. ​ '세라비(C'est la vie)'는 프랑스어로 '그게 인생이야!'라는 뜻이다. 프랑스인들은 일이 뜻대로 되지 않으면, 어깨를 으쓱하며 '세라비!'라고 한단다. 어차피 인생이 우리 마음대로 되는 게 아니니 불평하거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