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퇴 선원의 항해일지 200

해적선

Pirates of the Caribbean ​ ​ 해적선 ​ ​ 음악 : 영화 캐리비안의 해적 OST, He’s a pirate https://www.youtube.com/watch?v=dW3_gzvh5vI ​ ​ 사람이 배를 만들어 물건을 실어나른 이래로 해적이 자연스럽게 생겼다. 해적은 남의 배에 제멋대로 올라와 돈과 화물을 빼앗고 사람을 다치게 하는 강도를 말한다. 산에는 흉악한 산적, 말 타고 다니는 도둑놈은 마적, 바다에는 난폭한 해적이 있었다. 해적이 언제부터 나타난 것인지는 정확하게 알 수 없다. 기록에 남은 가장 오래된 해적은 고대 이집트 나일강 하구에서 세금 받는 관리가 탄 배를 습격한 도둑이라고 한다. ​ 문명이 시작된 이래 해상 무역이 국가 간 경제활동의 주요 수단이 되면서 해적들은..

사르가소해 무풍지대

멕시코만 부근에서 한 잠수부가 바닷말 덩어리 아래를 지나가고 있다 ​ ​ 사르가소해 무풍지대 ​ ​ 해풍은 바다에서 육지로 부는 바람을 말한다. 해가 지구를 뎁히면 바다보다는 육지가 더 따뜻해져 더운 공기가 위로 올라간다. 그 때문에 육지에서는 상승기류가 일어나 그걸 메꾸려고 바람이 바다에서 육지로 분다. 이것을 해풍이라 한다. 해풍 등 바람의 이동은 기상을 결정하는 중요한 요소이다. ​ 대항해시대 범선은 편서풍이나 무역풍 등을 타고 항해를 했다. 바다에서 바람이 불지 않는 곳을 무풍지대라 한다. 바람의 힘으로 항해하는 범선의 경우 역풍보다 못한 게 바로 이 무풍이다. 역풍이 불면 지그재그로 가는 거라도 가능하지만, 무풍지대에는 해류까지 흐르지 않으면 제자리에 서 있을 수밖에 없다. ​ 적도 바다는 파도..

유령선이라는 게 정말 있을까?

영화 유령선 ​ ​ 유령선이라는 게 정말 있을까? ​ ​ 주인 없는 빈 배가 으스스하게 바다에 혼자 떠다닌다. 돛이 부러져 있고 찢어진 깃발이 바람에 휘날린다. 사람 해골도 걸려있는 것 같다. 그런 유령선을 소재로 한 공포 영화나 만화가 여러 편 나와 있다. ​ 대항해시대에는 주로 범선이 다녔는데 그 배는 바람이 불어야만 움직인다. 바람이 불지 않으면 한바다에 그냥 며칠이고 바람 불 때까지 멈춰 서있어야 한다. 그게 아주 길어지면 물과 식량이 떨어져 굶어 죽을 수도 있다. 그렇게 무풍지대에서 선원들이 다 죽고 배는 혼자 정처 없이 떠돌아다닌다. 꼭 선원들이 배 안에서 죽지 않았더라도 무풍지대에서 탈출하려고 노를 젓는 구명정으로 옮겨타 육지를 찾아가다가 모두 사라지는 경우도 있다. 난파선과는 개념이 다르다..

세계 역사를 바꾼 물고기 대구​

영국 소녀가 잡은 114cm 크기에 15kg이 넘는 대서양 대구 ​ ​ 세계 역사를 바꾼 물고기 대구 ​ ​ 배가 부산에 들어가면 영도에 있는 형 집에서 묵었다. 어린 조카들 선물 바리바리 싸서 갖다주고 나서 출항할 때까지 총각 혼자 할 일이 별로 없었다. 동삼시장 건너편 골목 입구에 대구뽈찜을 파는 집이 보였다. 어렸을 때 어머니가 끓여준 대구탕을 대구빡까지 쪽쪽 빨아가며 맛있게 먹던 기억이 난다. 배가 유럽에 들어가면 영국, 네덜란드 같은 곳에서 대구를 많이 실어 종종 먹었다. 대구뽈은 뭐고 찜 맛은 어떨까 해서 가서 먹어봤는데 먹을 만 했다. ​ 대구는 한류성 어종으로 북태평양과 대서양 깊은 바다에서 산다. 큰 놈은 1m 이상 자란다. 몸 자체도 크지만, 머리와 입이 큰 거로 알려졌다. 그래서 이름..

빨간 눈 여인과 뱀 징크스

​ ​ 빨간 눈 여인과 뱀 징크스 ​ ​ 지바에서 직선거리로 70km쯤 떨어진 카시마항에 입항했을 때다. 캐나다 밴쿠버에서 밀을 한배 가득 싣고 와 일본 세 항구에 풀어줄 건데 먼저 그 항구에 입항했다. 배에 자전거가 몇 대 있었다. 배를 부두에 대고 자전거 타는 연습을 해봤다. 중3 땐가 장충단 공원에서 친구 자전거 꽁무니에 탔다가 넘어져서 무릎이 깨지고 겁이 많은 나는 자전거를 멀리했었다. 그런데 외국 항구에서 심심하니 용기를 내 한적한 부두에서 조금씩 타 봤다. 그랬더니 안 넘어지고 자전거가 나가는 거다. 재미가 붙어 밥만 먹으면 부두에서 자전거를 탔다. 조금 자신이 붙어 부두 밖으로 나갈 마음을 먹었다. 그걸 보고 동갑내기 2항사가 '국장님, 조심하셔. 자전거 처음 배우고 지금이 딱 사고 나기 좋..

후지산과 남희

후지산이 보이는 바다에서 항해하는 유조선 ​ ​ 후지산과 남희 ​ ​ 해피 라틴호가 지바 들어올 때 오시마섬을 지나 사가미만을 항해할 때 멀리 북서쪽으로 눈 덮인 후지산이 보였다. 사가미고등학교는 김인식 선배가 고딩 시절 야구 친선 경기를 해서 어렸을 때부터 알고 있던 지명이다. 맑은 날에는 100여km 떨어진 도쿄에서도 보인다. 저길 한 번 올라가 봐야 할 텐데... 우리나라 큰 산에 비해 경사가 심하지 않고 등산로 관리가 잘 되어 국민 대다수가 오를 수 있어 국민 산으로 불린다. 5부 능선 주차장까지 차, 모토나 자전거로 오를 수 있고, 일찍 출발하면 당일치기 등반도 가능하다고 한다. 등산로는 7, 8월 두 달만 개방한다. 후지산은 높은 만큼 꼭대기는 상당히 추워 1년 내내 밤엔 영하로 내려가고 -4..

상하이 블루스 순이 생각

홍콩 영화 상하이 블루스의 배경인 쑤저우 다리 아래 젊은 인연 ​ ​ 상하이 블루스 순이 생각 ​ ​ 음악 : One more time, Laura Pausini https://www.youtube.com/watch?v=c-YzlUsLtpc One more time, Richard Max https://www.youtube.com/watch?v=a81IOoa9eHs Spanish version, Una vez mas, Myriam Hernandez https://www.youtube.com/watch?v=3f5v0YXyGW8 ​ ​ 일본군의 상하이 폭격으로 도시 전체가 불타는 밤. 폭격을 피해 항구를 가로지르는 쑤저우 다리 밑에서 우연히 만난 퉁과 슈. 두 남녀는 전쟁에서 살아남으면 여기에서 다시 만날 ..

메릴린 먼로와 플레이보이의 전설​

플레이보이지 창간호의 표지 모델 메릴린 먼로 ​ ​ 메릴린 먼로와 플레이보이의 전설 ​ ​ 배를 타고 많이 들어가는 나라는 경제 대국 미국, 중국 등이다. 자원이 풍부한 캐나다는 태평양으로 나가는 수출 화물이 엄청나고, 일본 또한 수출입 화물량이 세계 최상위권이라 자주 들어가게 된다. 엄청나게 크고 넓은, 예전에 양쯔강이라고 하던 장강을 거슬러 올라가 상하이 블루스로 유명한 다리 옆을 한참 지나 작은 부두에 배가 들어간 적이 있다. 고층 건물이 즐비한 시내와 달리 한적한 어촌 같은 곳이라 사람들이 순박하게 느껴졌고 음식값도 쌌다. 일과 끝나고, 저녁이면 허름한 동네 식당에 가서 칭챠오샤연, 칭조루핀 같은 새우, 돼지고기 야채 볶음을 시켜 중국 술 피주나 빼주를 마셨다. 가격이 착해 이것저것 시켜 먹다 보..

그러게 쓰레기를 왜 바다에 버립니까

​ 그러게 쓰레기를 왜 바다에 버립니까 ​ ​ 음악 : Be, Neil Diamond, 영화 갈매기의 꿈 OST https://www.youtube.com/watch?v=Sw1t7dAgLJI ​ ​ 콜롬비아의 카르따헤나항의 달 밝은 밤. 수루에 홀로 앉아... 에구, 이건 너무 티 나네. 암튼 NAMMI SPIRIT호에서 글쓴이가 던진 낚시에 걸린 대물을 갑판부 고참 선원이 배 후미와 우현에서 두어 시간 이상 씨름하니 지친 놈이 수면 위에 떠 올랐다. 엄청나게 큰 물고기였다. 갱웨이를 물 밑으로 내려서 잡힌 물고기를 그 위에 얹혀서 윈치를 써 배 위로 끌어 올렸다. 선원들의 함성이 터졌다. “우와! 무쏘만 하네.” 아귀 비슷하게 생겨서 입이 한 아름도 더 되고 몸통이 거대하면서 꼬리 쪽으로 점점 가늘어지..

조선소 풍경

TV에 중계된 우리나라 조선소에서 처음으로 만든 26만 톤급 초대형 유조선 Atlantic Baron호 배 왼쪽에 바글바글하는 환영 인파 앞에서 육 여사가 대모가 되어 박 통이 지켜보는 가운데 명명식을 했다 ​ ​ 조선소 풍경 ​ ​ 해피 라틴호를 타니 일본 조선소에도 가보고 좋네. 전에 탱커 탈 때 울산 현대미포조선소 드라이 독에 들어가 본 적이 있다. 조선소는 워낙 작업이 위험하여 일반인들의 출입이 통제된다. 조선소의 풍경은 엄청나게 큰 골리앗 크레인이 압도하며 온천지가 다 철판과 위험물 판이다. 정문까지 조심해서 나와야 겨우 사람 사는 안전한 곳이 보인다. ​ 일본과 중국의 선주들은 새 배를 주로 자기 나라 조선소에 발주한다. 그동안 잘 만들어 왔고 또 잘 굴러간다. 그런데 해난 사고와 환경 오염이..